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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LS 3/5A mon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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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하이파이 저널"에 실린 글이라고 합니다. 몇월호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스피커의 성좌 중에서 근 20년 간에 걸쳐 찬연히 빛을 발하고 있던 별 하나가 근년에 자취를 감추었다. LS 3/5A의 각 메이커에 유닛을 공급해 오던 KEF사측의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범람하고 있는 스피커 공해로 도태되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2년쯤 전부터 생산 중단이 되었다. 세계 어느 오디오숍에 가도 늘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던, 비 그친 다음의 바람과 달 광풍제월(光風霽月) 같던 그 소리와 모습은 앞으로 좀체로 접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정식 본명은 BBC LS 3/5A monitor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첫부분과 끝부분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가운뎃부분의 LS 3/5A 라는 글자와 숫자의 간단치 않은 조합을 보면, 서양에서는 물건에도 세례명을 주는지 아니면 무슨 특명암호인지 또 3과 5 사이에 빗금은 왜 쳤는지 3/5B는 왜 없는지 모를 일일 투성이다. 어쨌든 이 심플한 디자인의 작은 스피커는 죽어서 비로소 그 이름을 길이 남길 것임에 틀림없지만, 세계의 수많은 오디오화일에게는 비보요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의 온갖 골리앗을 곯려 주던 깜찍하고 지혜로운 작은 거인 다윗이 이처럼 홀연히 종언(終焉)을 고하다니.... LS 3/5A와의 러브 어페어는 다 말하자면 길고도 가슴 아리는 얘기가 되지만, 처음 만난 것이 1983년이었는데, 몇 번의 별거를 겪다가 지난해 11월에 헤어졌으니 햇수로는 10년 정도 되었다. 곁눈질 잘 하고 변덕스러운 호구(虎口)로서는 실로 대견스러운 지조였다 하겠다. 매년 어김없이 등장하는 늘씬하고 눈부신 화려한 미스 유니버스들에게 한 순간씩 눈을 돌려 봤지만 그것은 이 작은 미인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하는 촉매에 불과했다. 10년 전 이맘 때 옥스포드 교외에서 실어온 낡은 진공관 앰프와 짝을 지워 밤늦게까지 울렸을 때의 그 열락(悅樂)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