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역
저역은 소리의 재생에 있어서 일반 대중이나 하이파이 광(hi-fi buff) 모두에게 마찬가지로 가장 잘못 이해된 부분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믿음은 '저역이 많을 수록 더욱 좋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땅을 흔드는 저음' 이나 `강아지를 놀라게 하는`능력을 보장하는 서브우퍼 광고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아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잘못된 저역 재생을 표현하는 극단적인 단어로는 붐 트럭(boom truck)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음악을 잘 재생하는지를 알고 싶어하지, 지진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 애호가에게 중요한 것은 저역의 양이 아니라 저역의 질(quality)입니다. 우리는 저역이 전달하는 물리적인 느낌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역 속에 담긴 미묘함(subtlety)과 뉘앙스(nuance), 착색 없이 정확히 재생되는 음정과 베이스의 날카로운 어택을 듣기를 바랍니다. 또 베이스가 빠르고 복잡하게 연주되는 패시지에서도 흐릿한 울림보다는 각각의 음표와 뉘앙스가 다 들리기를 원합니다. 만일 레이 브라운(Ray Brown), 스탠리 클라크(Stanley Clarke), 존 파티투치(John Patitucci), 에디 고메즈(Eddie Gomez)가 밖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들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실제로 저역 재생이 올바로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저역을 전혀 들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올바른 저역 재생은 음악의 만족스러운 재생에 있어 필수적입니다. 낮은 주파수들은 음악에서 음정의 받침대, 그리고 리듬의 닻을 구성합니다. 불운하게도 저역은 소스 기기나 파워앰프, 특히 스피커나 공간의 제약 때문에 제대로 재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마도 저역 재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음정(pitch definition)이나 명료함(articulation)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두 용어는 저역을 소리의 터짐(attack)과 사라짐(decay)(이에 대해서는 부록 A에 설명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음정을 지닌 각각의 음표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성능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활로 그어지는 더블 베이스의 공명음이나 펜더 프리시전(Fender Precision)의 독특한 특성이건 간에 저역의 질감을 정확히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역 주파수는 정확히 재생만 된다면, 놀랄 만큼의 상세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역의 음정이 맞지 않고 명료함 없이 재생될 때는, 음악 밑에 깔리는 둔한 으르렁거림으로 퇴화되고 맙니다.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듣더라도 그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음악과는 상관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정확한 음정이 아니라 흐릿한 소리만 듣게 됩니다. 개별 악기의 음량 변화는 전혀 들을 수 없습니다. 저역이 리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악 - 락, 일렉트릭 블루스, 그리고 몇 몇 재즈 - 에서 베이스 기타와 킥 드럼은 음악을 이끌지 못하고 끌려가는 것으로 들리게 됩니다. 게다가 킥 드럼의 어택(깜짝 놀라는 느낌을 주는)이 불분명해져서 베이스 기타 소리에 파묻히고, 음악적으로 의미를 잃도록 합니다. 이러한 상태는 저역이 많은 미드파이 제품에서는 더욱 악화됩니다.
이러한 저역을 나타내는 단어로는 뿌연(muddy), 두꺼운(thick), 붕붕거리는(boomy), 부푼(bloated), 둔한(tubby), 연한(soft), 비대한(fat), 느슨한(loosen), 그리고 느린(slow) 등이 있습니다.
뛰어난 저역 재생을 나타내는 말로는 팽팽한(taut, tight), 빠른(quick), 깨끗한(clean), 명료한(articulate), 예민한(agile), 정확한(precise) 등입니다. 좋은 저역은 팽팽하게 당겨진 트램폴린(trampolin)에 비유됩니다; 나쁜 저역은 늘어진 트램폴린입니다.
음악적 표현에 있어서 저역의 양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만일 우리가 너무 많은 저역을 듣게 된다면 음악이 저역에 압도당합니다. 과도한 저역은 재생되는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적으로 상기시켜 줍니다. 저역이 넘치는 경우를 무거운(heavy)소리라고 표현합니다.
만일 저역이 너무 적게 들린다면, 그에 대해 가는(thin), 여윈(lean), 닳은(threadbare), 그리고 억제된(overdamped) 것으로 표현합니다. 전체적으로 여윈 표현은, 음악의 리듬과 추진력을 빼앗아갑니다. 베이스 기타는 풍부한(full), 그리고 낮은(purring) 느낌을 잃어버리고, 더블베이스와 첼로의 깊이(depth)와 위압감(majesty)도 사라집니다. 오케스트라는 강력한 느낌을 잃게 됩니다. 여윈(thin) 저역은 더블베이스 소리를 첼로 소리처럼, 첼로 소리는 비올라 소리처럼 만들어 버립니다. 리듬적으로 만족스러운 베이스 드럼의 무게와 충격은 앞선 힘의 그림자로 덮여 축소되고 맙니다. 악기들의 배음은 기본음보다 과장되어서 지지구조를 잃고 푹 닳아 해진 옷감 같은 인상을 줍니다. 가늘고 여윈 표현은 따뜻함(warmth)과 실체(body)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첨가와 생략의 잘못을 설명하면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체적으로 여윈 저역은 비대하고 붕붕거리는 저역보다는 더 좋은 것입니다.
지금 막 설명한 저역의 양에 대해 관련된 단어로는 확장성(extension)과 깊이(depth)가 있습니다. 확장성이란 저역이 얼마나 깊게 내려가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저역은 여위거나 묵직한 등으로 표현하는 저역 혹은 위 쪽 저역이 아니라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의 가장 밑바닥입니다. 이 부분은 킥 드럼과 파이프 오르간의 영역입니다. 최상의 시스템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초 저역의 주파수를 감쇠시키기 마련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저역의 확장성이 고급 음악 재생에 있어 선행조건은 아닙니다. 만일 시스템이 35Hz 근방까지 떨어지는 좋은 저역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은 많은 것을 잃지 않았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파이프 오르간 애호가들은 더 깊게 뻗는 소리를 원하고 거기에 기꺼이 거금을 투자합니다. 음계의 밑바닥을 재생하는 일은 비싸게 먹힙니다.
주파수 응답의 피크(peak)과 딥(dip)에 의해 생긴 착색이 중역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역도 피크나 딥에 의해서 착색될 수 있습니다. 저역에서의 착색은 금방 질려버리는 단조롭게 붕붕대는 소리로 특징 지워집니다. 가장 극단적인 예에서는 저음에 한 음정만 있는 것으로 들리게 됩니다. 이러한 인상은 특정 주파수에서 시스템의 주파수 응답이 큰 피크를 나타내기 때문에 생깁니다. 따라서 특정 음정이 다른 음정보다 더 큰 음량으로 재생되는 것입니다. 한 음정으로 된 저음은 또한 둔탁한(thumpy)이란 단어로 표현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는 붐 트럭에서 극대화됩니다. 붐 트럭에서는 물리적인 충격을 주기 위해 한 주파수에서 에너지를 몰아 방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시스템을 소유한 사람들은 저역에 의해 전달될 수 있는 음악적 정보의 풍부함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것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중역의 착색을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던 많은 용어들은 저역(특히 위쪽 저역)에 대해서도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걸걸한(chesty), 두꺼운(thick) 그리고 혼잡한(congested)이란 말은 모두 착색된 저역을 설명하는 데에도 유용한 말입니다. 이렇게 착색이 되지 않은 저역은 매끈한(smooth) 혹은 깨끗한(clean) 저역이라고 합니다.
음악의 다이내믹 파워에 있어 상당 부분 - 큰 소리와 작은 소리 사이의 넓은 차이를 전달하는 능력 - 이 저역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이내믹스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저역에서의 다이내믹스는 음악을 만족스럽게 재생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수한 저역 다이내믹스를 가진 시스템이나 컴포넌트는 폭발적인 힘과 순간적인 충격감을 제공합니다. 베이스 드럼은 놀랄만한 파워로 뛰쳐나올 것입니다. 어쿠스틱이나 일렉트릭 베이스의 다이내믹이 잘 전달되면 음악의 리듬 표현이 충실해집니다. 우리는 이를 힘찬(punchy)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저역의 다이내믹스가 우수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충격(impact, slam)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관련된 말로 속도감(speed)이 있는데, 저역에 속도감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 같기도 합니다. 주파수가 낮으면 본질적으로 고역 주파수보다 어택이 느리게 되므로 기술적으로는 잘못된 용어가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느린(slow) 저역과, 빠른(fast) 저역의 음악적 차이는 대단히 큰 것입니다. 빠르고, 팽팽하며, 힘찬 저역을 지닌 제품은 음악에 리듬감을 더해 줍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베이스 드럼이 갑작스러운 어택(attack)을 재생하는 것도 필수적인 일이지만, 동시에 중요한 것은 빠른 사라짐(decay, 음표가 어떻게 끝나는가를 말함)을 재생하는 능력입니다. 드럼이 멈춘 다음에도 소리가 계속된다면 곤란합니다. 대부분의 스피커들은 기계적인 구조 내에다가 에너지를 저장하고, 음이 끝난 다음에 천천히 방출합니다.
이렇게 저역이 늘어진(overhang) 상태에서는 킥 드럼이 부풀고(bloated), 느려지게 됩니다. 드러머가 더블베이스 드럼을 칠 때에는 특히 저역이 늘어지는 현상이 잘 나타납니다. 2대의 드럼 소리가 하나로 합쳐진다면, 오버행 현상을 지적해야 합니다. 각각의 드럼을 구분된 실체로서 소리가 시작되면서부터 사라지는 것까지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역 악기들의 다이내믹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제품은 음악의 힘과 리듬의 흐름을 손상시키게 됩니다
화요일, 11월 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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