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가 한 여자를 미칠 듯 사랑한다. 그러나 그 여자는 눈길 한번 주질 않는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다. 짝사랑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젊은 예술가는 약을 먹고 자살을 꾀한다. 그러나 죽음에조차 이르지 못하고 기괴한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는 미칠 듯이 사랑하는 연인을 죽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사랑을 얻지 못하자 스스로 사형에 � 냘構� 죽어서야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는 꿈을 꾼다. 한 젊은 예술가의 무모한 사랑이야기이다.
음악에 이야기가 있을까? 음악은 그 자체로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음악을 통한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음의 구성에 더욱 치중하는 절대음악의 경우도 이야기는 있다고 느껴진다. 다만 그 이야기의 전개 구조와 성격이 소설과 다를 뿐이다.
2. 슬픈 사랑이야기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는 여인들과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질투와 연민 등에서 오는 떨림을 자신의 감성을 거쳐 음악으로 나타냈다. 그 중에서도 연극배우 해리엇 스미스선(Harriet Smithson, 1800-1854)에 대한 무모한 사랑은 위대한 베를리오즈를 만들었다.
베를리오즈가 <환상 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 Op.14)을 쓸 때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그는 셰익스피어와 괴테! 의 문학에 심취해 있었고, '프랑스의 베토벤'이 되기를 꿈꾸었고! , 해리엇 스미스선에 흠뻑 빠져있었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일방적인 사랑이었다. 젊은 베를리오즈의 정열이 아무리 뜨겁게 타오르더라도, 영국 처녀의 마음은 차디찬 얼음이었다.
스물네 살 때부터 시작한 베를리오즈의 짝사랑은 서른 살 때 결실을 맺지만, 이때 베를리오즈는 장래가 촉망되는 떠오르는 작곡가라면, 해리엇 스미스선은 내리막길을 걷는 연극 배우였다. 너무나도 열꽃 같던 그들의 사랑은 머지않아 사이가 벌어지고,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
3. 음악에 이야기는 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환상 교향곡>에는 분명한 이야기가 있다. 음악으로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무모한, 그러나 위대한 사랑의 노래이다. <환상 교향곡>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작곡한 작품이다. 5악장으로 이루어진 <환상 교향곡>은 줄거리가 있고, 곡을 설명하는 표제가 있으며, 각 악장마다 어떠한 내용인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제1악장은 젊은 예술가의 꿈을 보여준다. 언뜻언뜻 듯 불안감이 비쳐진다. 제2악장은 무도회의 모습을 들려준다. 화려하고 왁자지껄한 축제일의 무도회에서 사랑하는 여인! 이 눈에 들어온다. 낯선 사람과 함께 춤추며 무리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이 못내 안타까워 무도회의 분위기가 젊은이에게는 그저 소란스럽기만 하다. 제3악장에서는 환상의 세계에 빠진다. 어느 여름날 해질 무렵의 전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목동은 편하게 앉아 피리를 불고 산들바람에 나뭇잎은 흔들린다. 문득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 그녀가 나를 잊으면 어떡하지?" 불안과 어두운 예감, 고독과 적막감이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젊은 예술가가 단두대로 끌려가는 제4악장에 이어서 마지막 제5악장에서는 죽은 연인이 마녀가 되어 나타난다.
- Orchestre National de la Radiodiffusion Francaise, Andre Cluytens (Testament SBT 1! 234)
- Boston Symphony Orchestra, Charles Munch (JVC KMCXR! -0001, X RCD)
- Wiener Symphoniker, Georges Pretre (Teldec 8.43300 ZK)
<환상 교향곡>은 한 주제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묘사한다. 예컨대 우아하고 기품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경박한 선율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하나의 선율로 각 악장마다 리듬과 악기를 변화시켜 나타낸 표현 방법은 훗날 바그너에 많은 영향을 준다.
또한 <환상 교향곡>은 줄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초의 표제음악이라고도 한다. 음악적인 형식보다는 묘사적 서술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관현악적인 색채로 표현했다. 말하자면 음악에 소설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비록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이지만, 또 그러기에 더 극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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