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는 바이올린을 손에 들고 태어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의 음악적 재능은 상당하다.
브람스, 스메타나, 드보르작 등의 작곡가들에게 집시의 애상적인 선율은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작품 소재였다. 리스트의 <헝가리언 랩소디>에는 집시음악의 음계가 녹아있고,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은 제목에서 그대로 나타나있듯 집시의 민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대 작곡가들도 원색적이면서 강렬한 리듬의 집시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고전음악에서뿐만이 아니다.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나 산타나의 'Moonflower'를 비롯하여 'Lambada'에 이르기까지 집시음악의 선율은 다양한 빛깔로 끊임없이 거듭 태어나고 있다.
유럽인의 입장에서 보면 동방에서 찾아 온 미지의 민족이었던 집시는 어디서 살든 ! 자기들이 몸담고 있는 나라에 놀라울 정도로 잘 적응하면서 그들만의 음악을 만들어 이어갔고, 그들의 음악은 유럽 전역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2. Gypsy Passion: 자유로움과 열정
떠돌며 살아가는 집시들이기에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라 여겨졌고, 그에 따라 억압과 추방과 회유의 고단한 삶을 이어왔다. 근대에 와서는 유태인 못지않게 많은 수의 집시들이 나치에 의해 무자비하게 희생되었고, 오늘날에도 그들은 극우파들의 등쌀에 편할 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서 '자유'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이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아니었을까?
집시의 선율을 들어보자. 고달프게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그들의 음악이 어찌 이리 흥겨울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그들은 삶의 고! 통을 극복하려고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즐기고 가지고 논다... 라고 할 정도로 초탈해 있는 것은 아닐까?
겉으로 드러나는 흥겨움 속에 짙은 슬픔이 스며있다.
경쾌한 리듬, 슬픈 선율, 화끈한 열정이다.
3. 좀 더 잔인하게 나의 사랑을 돌려주련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오페라 <카르멘>의 배경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라는 마을이다. 그 마을에는 담배공장이 있고, 그 공장의 노동자들은 가난한 처녀, 유부녀, 과부들이었다. 특히 세비야에는 집시들이 많기로 유명했고, 이들 대부분이 담배공장에서 일했다. 카르멘도 그들 중 하나다.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너무나 매력적인 카르멘이 호세라는 남자를 유혹하여 사랑! 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나 카르멘은 그에게 싫증을 느껴 헌신짝처럼 그를 내친다. 버림받은 호세는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고 또 애원한다. 그러나 카르멘은 냉정하게 거부하고, 이에 호세는 카르멘을 죽인다. 끔찍한 결말이다."
카르멘은 집시의 여인이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물지 못하듯, 한 남자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지를 않는다. 유혹하면 안 넘어오는 남자가 없다. 굉장히 매력적인 여자다. 한번 사랑에 빠지면 불같이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붓지만, 일단 돌아서면 얼음같이 차가운 여자이다. 그리고는 어느 때고 마음 내키는 대로 상대를 바꾸는 자유분방한 여자이다. 뜨거움과 냉혹함을 동시에 갖춘 여자다. 그래서 카르멘은 치명적인 여인이다.
- Victoria de Los Angeles, Orchestre National de la Radiodiffusion Francaise, Sir Thomas Beecham (EMI, 3CD)
- Angela Gh! eorghiu, Orchestre National du Capitol de Toulouse, Michel Pla! sson (EM I, 3CD)
그러나 한번 집어보자! 카르멘은 호세에 대해 싫증을 느끼고 다른 남자에게로 갔다. 그런데 호세는 자기를 버린 여자를 칼로 찔러 죽였다. 좀 더 잔인하게 나의 사랑을 돌려주련다?
상대를 거부하는 방식에 있어서 남녀는 달랐다.
과연 누가 치명적인 연인이었겠는가?
남녀관계를 어느 누가 뭐라 할 수 있는가? 남녀의 사랑이란 결코 지고지순한 것이 아니다. 성애의 욕망에 취해 열정을 불사르다가도 금방이라도 냉정하게 상대방을 거부할 수 있다.
조루주 비제가 오페라 <카르멘>을 통해 그리려고 한 사랑의 모습은 아름다운 색깔로 칠한 모습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 것이다. 본능적이다. 그래서 오페라 <카르멘>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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