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재능만 있다고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책 등을 통해 얻는 사변적 지식이나 논리적 이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그 한계가 있다. 그래서 옛말에 음악이나 그림 또는 시(詩)를 짓기 위해서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별재(別才)와 별취(別趣)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진정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별재, 별취 못지않게 흥취(興趣)가 따라야 하겠다. 즉 글로 엮어 읊조리는 시나 채색을 통해 표현하는 그림이나 소리를 묶어 펼치는 음악 등의 창작에는 별재와 별취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흥취가 따라야 한다.
흥취를 지닌 음악이란 어떤 음악일까. 물속의 달은 잡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흔들려 사라지고 만다. 달의 실체는 하늘에 떠 있고, 물은 그 실체를 투영할 뿐이다. 공중지음(空中之音), 상중지색(相中之色)이란 말과 같이, 허공에 울려 퍼지는 소리나 마음속에 그려지는 형상 속에 깃들어 있는 미묘한 음의 색채가 깃들여 흥이 우러나오는 것이 곧 '흥취'가 아닐까.
2. 담백한 흥취: 포의풍류도
마음에 맞는 벗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물없이 흉금을 � 棘爭醮�모습은 아름답다. 아무 속셈도 없다. 굳이 말이 오갈 것도 없다. 바라보기만 해도, 오가는 눈빛만으로도 즐거움이 넘친다.
홍대용(洪大容, 1731-1783)이란 인물이 있다. 그는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던 인물이라고 한다. 중국 사신 길에 북경 성당에서 처음 파이프 오르간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한 곡을 연주해낼 만큼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서양악기인 구라철현금(歐邏鐵絃琴), 즉 양금을 처음으로 조선 땅에서 연주하였고, 그의 주변에는 늘 음악이 있었고, 시를 읊었으며, 그림이 따랐다. 시와 음악을 위해서라면 신분도 가리지 아니하고, 나이도 뛰어 넘어 기꺼이 교유를 나누며 흥에 취했단다.
그 홍대용이 중심이 되어 열린 어느 날 연주 마당을 단원 김홍도는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라는 그림으로 남겼다. 맨발의 한 선비가 비파를 연주한다. 앞에 생황(笙簧)이라는 악기가 놓여 있고, 선비의 기개를 나타내는 양 검도 놓여있다. 파초 잎 하나, 영지와 산호가 꽂힌 꽃병, 벼루와 도자기도 있다. 그림의 ! 여백에는 "종이로 바른 창, 흙벽 속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오래도록! 그 속에 서 노래하리...(紙窓土壁 終身布衣 嘯詠其中)"이라고 쓰여 있다.
비파의 소리는 맑고 그윽하다. 맑은 것은 맑고, 그윽한 것은 그윽하다. 맑은 것은 깊어지고, 그윽한 것은 시원스럽게 된다. 음악에 취해, 정에 취해, 멋에 취해, 흥에 취해 노래하고 연주하는 장면. 참 정겨운 모습이다
3. 광대, 영원한 광대의 흥취: 찰리 채플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는 광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 죽어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프냐? 양반으로 나면 좋으련?" "아니 싫다." "그럼 왕으로 나면 좋으련?" "아니 그것도 싫다. 난 광대로 다시 태어나련다." 영화의 마지막에 두 광대가 외줄 위에서 나눈 대화이다. 그래 끼와 흥취에 다시 태어나도 광대가 되고자한다.
! 찌그러진 중절모, 푸대 같은 바지, 큼직한 구두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광대 채플린은 스크린에서 겁 많고 가엾은 존재이나, <모던 타임스, 1936>를 통해 기계문명을 신랄하게 꼬집었고, <위대한 독재자, 1940>에서는 나치의 살인광증을 조롱했다. 언제나 약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비웃고, 웃겼기에 할리우드 마녀사냥이라는 정치 사건에 휘말려 결국 성공의 바탕을 이룬 미국을 떠난다. 놀림을 당해도 늘 그래왔듯이 툴툴 털고 일어나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뒤뚱뒤뚱 사라진다.
영화계에 몸담기 이전부터 첼로와 바이올린의 연주자로서 수많은 연주회도 가졌던 찰리 채플린은 또한 훌륭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채플린은 자신이 직접 <시티 라이트, 1930>의 음악을 작곡함으로써 영화계와 관객을 놀라게 했다. <모던 타임스>와 <라임라이트, 1949>를 비롯한 그의 후속 영화들을 장식한 선율들은 고상하며 애잔한 흥취를 느끼게 한다.
단순히 그를 아마추어라 하기에는 아쉽다. 그는 프로였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흥을 아는 광대였다. 어찌 보면 그는 어릴 적 자신의 연주자로서, 작곡가로서의 꿈을 자신이 만든 영화 속에 녹! 였다. 찰리 채플린은 자신의 자서전에 적고 있다. 자신의 음악이 � 灼構�웃 어줄 수 있는 것으로 들어주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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