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HD 영상 기기와 블루레이 vs HD DVD 의 싸움도 흥미롭고 5.1채널 시연도 좋지만, 시간 제약상 최대한 하이파이 전시 중심으로 둘러보고 왔다. 지난 아이어쇼 처럼 인상 찌푸려지는 하이파이 시연장은 오히려 더 적었고, 좋은 인상을 준 시연장이 많았던 것 같다.
필자가 인상에 남았던 시연장을 몇 개만 꼽아보도록 하겠다. 아참, 그리고 필자는 스피커에 관심이 많아서 전부 스피커 이야기 뿐이다.
1. Peak Consult - El Diablo Signature
[전시장에서 뒤를 ! 기웃거리는 사람은 모두 하이파이 애호가들~]
이것은 피크컨설트의 간판급 스피커이다. 힘이 넘치는 디자인처럼 소리 또한 분명하고 똑 부러진다. 특별히 착색이 있는 소리는 아니다. 대신 위/아래로 막히는 곳 없이 내달리며 힘있게 공간을 장악한다. 스캔 스픽 1인치 트위터, 스카닝 5인치 미드레인지, 그리고 스카닝 9인치 우퍼 2개가 있다. 상대적으로, 고역보다는 시원하고 단단하게 뚫어대는(?) 저음이 인상적이었던것 같다.
물론 무엇으로 이렇게 울릴 수 있었는가? 그것은 솔루션의 P710과 P720 프리/파워 앰프이다. 그리고 오르페우스 헤리티지 DAC을 쓰고 있었다. 가격...? 말하나 마나 모르는게 좋을 듯 한 수준. 소리가 좋긴 한데 이렇게 되면 정말 돈 값을 제대로 뽑아낸건지 계산은 불가하다.
보고 듣고 즐기러 왔으니, 이제 시스템 돈 계산은 하지 않기로 하자. 여하튼 디아블로 시그니쳐의 소리는 참 훌륭했다. 모범적이긴 한데 B&W의 소리와 비교해보자면 좀 더 젊은듯, 힘있는 듯 하다고나 할까?
필자가 중요시 하는 스피커의 디자인 또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여러 조각의 나무가 견고하게 짜여져 결합되어 있는 모습에 누구라도 만족할 것이다. 덴마크의 스피커들은 모두 훌륭한 마감을 하고 있다는 말도 사실인듯 하다.
필자의 결론도 돈 있다면 살만한 스피커 중 하나라는 것.
2. Audio Machina - The Pure System
이번 디지털 AV 쇼에서 하이파이 부스에 관심있던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오디오마시나의 이 스피커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좋던 나쁘던 간에 말이다. 소리는 일단 나중에 따져보기로 하고, 생김새부터 보자.
이 게 뭐 이런 스피커가 다 있나? 보자마자 드는 생각이다. 시커먼 녀석이 기분나쁜 외눈을 뜨고 서있는 것 같다. 무덤의 ! 비석같은 형태에 앞면을 보니 그릴을 끼우는 구멍도 없다. 이래가지고서야 가정집의 거실로의 진출은 힘들어 보인다. 오디오 애호가라도 이 디자인에 만족할 사람을 찾아야 할텐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믿는다! (아님 말구...)
그리고보니 오디오마시나 사의 첫 스피커는 The Ultimate Monitor 였다. 이 스피커를 떠올리자, The Pure System 의 디자인도 어느정도 제작자 칼 슈만의 일관성있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스 피커를 다시 가까이서 살펴본다. 이게 처음보는 골때리는 인클로우저다. 일단 깊이가 너무 얕다. 게다가 덕트도 없다. 밀페형인 것이다. 이런 정도의 유닛을 쓰는 스피커 중 이렇게 내부 용적이 작은 스피커는 못본것 같다. 표면은 무광 검정인데 제조사 말로는 The Ultimate Monitor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절삭 가공된 것이라고 한다. 그것도 보통 알루미늄이 아니라 항공우주용 알루미늄 합금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견고하고! (우와!) 공진이 없다고 광고하고 있다. 하나의 스피커무게는 60kg ! 이다.
상단 에 있는 것은 수퍼트위터, 하단에 있는 것은 아이스 파워 모듈을 사용한 액티브 서브 우퍼다. 그렇다면...? 맞다. 저 가운데 희한한 유닛은 포스텍스의 6.5인치 하이퍼볼릭 유닛으로, 풀레인지 유닛인 것이다. 결국 이 유닛이 이 스피커의 핵심으로, 실질적으로 느끼는 모든 소리는 이 유닛이 다 낸다고 보면 맞는것 같다. 이 유닛은 네트워크 없이 직결되어 있으며, 서브 우퍼를 제외하면 주파수 특성 스펙은 100Hz ~ 30kHz 인데 7kHz 부터는 수퍼트위터가 담당하는 것 같다.
그런데 소리는?
이 게 참 대단한 것이, 풀레인지 유닛과 서브 우퍼의 조합이라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전 대역에서 여유가 있다. 고역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한마디로 이 스피커가 내는 소리에 대단히 만족스러웠으며, 어느새 디자인에 대한 불만도 잊어버렸다. 전 대역에서 과장되지 않은 소리를 냄과 동시에, 쏘거나 멍한 저음도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역대의 모든 소리가 안정감있고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이퍼볼릭 파라블로이드 진동판이라고 하는(거 이름 참 거창하다), 주름이 있는 우퍼로 된 유닛이다. Thiel 의 신제품을 연상하게 한다. 또한 유닛의 엣지 부분도 교묘한 주름이 들어가 있다. 이 유닛 하나만으로 풀레인지 스피커를 만들어도 훌륭한 시스템이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 (뭐 어차피 처음부터 개인적인 평가니까 이런 말 다시 할 필요 없지만, 강조하자면) 오디오마시나의 The Pure System 의 소리야말로 가정에서 하이파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소리를 내주고 있는 것 같다. 전작 The Ultimate Monitor 의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그 스피커가 각종 매체로부터 그토록 찬사를 들은 이유를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묘한 놈이지만, 소리 하나는 만족스러웠다. 아니, 정말 대단한 놈이다.
3. Fisher & Fisher - SL1000
육중한 외모로 당당하게 룸에 버티고 선 모습의 이 스피커는 독일의 피셔&피셔 사의 최상급 스피커다. 3.2옴에 91dB 로, 4개의 '덩어리'가 한데 쌓아올려진 형태를 하고 있다. 3 Way 스피커인데, 뒤 쪽 모듈도 서브우퍼 모듈로서 잘 안보이지만 우퍼 유닛이 있다. 총 높이는 145cm 가 되는데, 무게가 자그마치 290kg 으로 심각한 비만 청소년이다. 인클로우저가 대리석 비슷한 재질이라고 한다. (무게를 상상해보니 넘어질까봐 겁난다)
32Hz ~ 22kHz 에 달하는 주파수 대역은 역시 충분한 힘을 받으면 엄청난 저음을 표현했다. 웅장한 클래식 곡의 클라이막스를 들을 때 소형 시스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장엄함과 공간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생김새 값은 하는 듯 하다.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느낌이다. 섬세하고 칼같은 해상도를 표현하지는 않는 듯 했다. 베일듯한 예리함은 없지만 무게 있고! 편한 쪽으로, 이 시스템은 역시 충분한 공간이 없다면 그러한 장점마저 잘 살릴 수 없는 시스템일 것이다. 절대 적당한 음량으로 조용히 듣는 음악에 즐거움을 선사할 놈은 아니다.
요즘은 너무 해상도 좋고 고음이 쭉 뻗는 소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스타일의 소리도 두고두 즐길 만한 가치가 있음은 분명하다.
한 회사의 플래그쉽 스피커로서 손색 없었다고 생각한다.
4. Hansen - The Emperor
158kg 거구 스피커다. 가격도 5800만원 짜리다(아, 가격 생각 안하기로 했지). 생김새도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게 생겼다. 인클로우저의 재질을 짐작하기 힘든데, 이음새가 전혀 없이 한 덩어리다. 이 인클로우저 재질은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이라고 한다. 시종일관 여유있고 고음의 섬세함도 훌륭하다.
물론 그에 걸맞는 앰프가 필요할 테지만.
5. JBL - DD66000
이번 전시회에서 기대한 만큼 욕먹은 놈. JBL의 60주년 기념작으로 에베레스트 족보에 들어간다. 실물로 처음 접해보게 되어 자못 흥분되었다. DD66000 을 시청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을텐데, 결론적으로 JBL 의 전시장은 DD66000 으로, 이번 디지털 AV 쇼에서 가장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 회사가 되었다.
사람들의 평가 뿐만이 아니라, 필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JBL 의 새로운 간판급 스피커라는 이름은 어디로 갔는가? 한마디로 덩치 값을 못했다.
시연장에서 가장 먼저 당황한 것은, 스윗 스팟(sweet spot)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전시장은 가로로 긴 형태였는데, 스피커와 좌석과의 거리는 최대 4미터가 되지 못했던것 같다. 당연히 양쪽 스피커는 약간 토우-인 되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중앙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반대쪽 스피커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렇게 극단적인 느낌은 처음이라 여러번 좌석을 이동해가며 확인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었다. 가운데에서 꼼짝말고 들으란 것이구나...
여하튼, 이놈은 100평 아파트의 거실에서 제대로 들어봐야 할 것 같다.(참, ! 이젠 '평 ' 사용하면 안되는데...)
6. 정원용 스피커와 기타 등등...
전시장 끝 넓은 룸에 있던 정원용 스피커 시스템 업체. 들어서는 순간 헉! 이게 뭐야? 하고 놀라게 된다. 돌덩이들만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모두 돌 모양의 탈을 쓴 스피커 들이다. 이런 것도 좋은 틈새시장이 될 수 있겠다. 전시장 중앙에는 톨보이 비석 스피커가 시연되고 있었는데, 이게 썩 훌륭하지 않은가! 거실이나 화분이 많은 베란다에 작은 돌덩이 하나 놓고 BGM 재생용으로 사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탄노이는 요크민스터가 시연되고 있었는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 탄노이는 좀 쏘는 소리다. 아마 전시장에서 그렇게 세팅하는 모양인데, 안그렇게 해도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오토그래프 미니를 들어보고자 하였으나 연결된 앰프의 관이! 고장나서 지금은 들려주지 못한다고 했다. 오토 미니와 왜 이리 인연이 없는지... 그리고 새로운 동축 유닛으로 하이파이/AV 겸용 모델들도 새로 선보였다. 그래서인지 와싸다에서 탄노이 신세스 모델들이 싸게 이벤트 진행되고 있다.
B&O 는 여전히 익히 보아온 기기들을 시연/전시하고 있었고, Thiel 3.7 의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었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5.1 채널 구성으로 시연되고 있었고, 그나마 정해진 시간에만 시연을 하여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쉬웠다. 음반 판매 매장도 많았는데 요즘 절약 모드로 살고 있는지라 아쉬웠다. 그러고 보니 이번 쇼에서는 뭐 특별히 공짜로 얻어온 게 없다. 에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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